카테고리 없음

[스크랩] 추사체(秋史體) 성립(成立)(1)

제주농부 2017. 7. 9. 11:14
 
추사체가 무엇이며 그것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을 알기 위해서 우리는 잠시 서예사를 개관할 필요가 있다.

서예라는 예술분야는 인류문화사상 그 어느 문화권에서도 존재하지 않고 다만 중국문화권에만 존재하는 것이다. 상형문자가 가지는 회화성과 중국문화 그중에서도 유교문화가 가지는 문자숭배 기질이 결합해 문자의 표현에서 해정(楷正)한 서사(書寫) 이상의 예술성을 요구하게 되는데서 비롯된 일이었다.

이는 특히 유교문화가 난만한 발전을 이루었던 후한(25~220)대에 그 극성을 보이는데, 효렴(孝廉)을 중시하던 유교 윤리관이 근본 면목을 상실하면서 형식에 치우쳐가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조상에 대한 효나 사장(師長)에 대한 염치를 과시하기 위해 비문치레를 경쟁적으로 해 나갔기 때문이다. 비문치레를 위해서는 명필 명문장이 요구됐는데 명필을 요구하다보니 해정한 표현 이상의 예술성까지 희망하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마침 이 시기는 유교문화가 절정에 이르면서 지, 필, 묵의 발명과 개량을 완성시켜 놓고 있었다.

종래에 쓰던 목편이나 죽간 혹은 견 대신에 종이를 쓰게 되고 그런 곳에 쓰기에 알맞던 죽사필(竹絲筆)이나 편필류(扁筆類)의 모필(毛筆)들이 장호(長毫) 조심필(棗心筆)로 바뀌었으며 칠류(漆類)의 점성(粘性) 용액이 수성 묵즙으로 바뀌었으니 운필의 자재로움은 전대에 비교할 때, 하늘과 땅만큼 큰 차이가 있게 됐다. 따라서 운필묘의 무한한 다양성은 개성있는 서예가의 배출을 기약하게 되는데 우연치 않게 비문글씨의 주문이 폭주하게 되자 명필능서가들이 마치 우후죽순처럼 출현해 삽시간에 서예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 올려 놓았다.

문리주졸(文吏走卒)까지도 효경(孝經) 장구(章句)에 통효(通曉)했을 만큼 유교문화가 극성을 보이던 때였으니 그 문화의 찬란한 꽃으로 피어난 서예술은 곧 그 절정에 달하게 됐다. 그래서 격조높고 귀족적인 특징을 보이는 단정한 필체도 있고 격식이나 교졸(巧拙)에 구애받지 않는 분방성(奔放性)을 보이는 탈속한 필체도 있으며 유연하고 정취있는 필의를 보이는 유려한 글씨체도 있게 됐는데 어느 것이나 붓을 누르고 드는데(俯仰) 따른 좌우 삣침(破책)과 대고 떼는데 있어서 돋우는 법(挑法)을 쓰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이는 지필묵이라는 재료의 공통된 성격에서 오는 자연스러운 양식출현이라고 파악할 수 있는데 이런 서체를 팔분체(八分體)라고 부르게 된다.

그러니 문자는 예술작품이기 이전에 문자적 기능이 우선함으로 점차 속기(速記)나 해정(楷正)의 필요성에 따라 초서와 해서로의 발전이 불가피하게 되었다. 결국 이런 발전은 동진의 왕희지(王羲之, 307~365)에 의해서 마무리 지어지는 바 그를 서성(書聖)이라 부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서체의 변화는 왕희지 이후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없게 되었고 각 개인의 글씨체인 필체의 변화만 있게 됐다.

그런데 필체 역시 왕희지체가 항상 근본이 되어 왔다. 해서의 극칙(極則)을 보인 초당 삼대가들 즉 구양순(歐陽詢, 557~641), 우세남(虞世南, 558~638), 저수량(?遂良, 596~685)이 모두 왕희지 필법을 계승했다고 공언했고, 이들을 키워 낸 당태종도 왕희지체로 필법의 기준을 삼았다. 이후부터 글씨 쓰는 사람들은 모두 이 왕희지체를 조본(祖本)으로 삼게 됐다.

(왕희지 정무 난정서 모본, 당 구양순이 모사함)

이에 왕희지 글씨를 배우려는 사람들이 그의 글씨를 탑영(榻影)하여 법첩(法帖)을 만들어 글씨본을 삼게 되고 이런 것들은 재모(再摹) 삼모(三摹) 되어가는 과정에서 점차 원형을 상실해 가게 된다. 그래서 원첩(原帖)을 보고 글씨를 배운 사람과 모본을 보고 배운 사람은 서로 다른 글씨를 배운 것 만큼이나 차이를 보이게 됐다. 그래서 서풍이 달라지면 항상 다시 왕희지로의 복귀를 주장하면서 새로운 글씨체를 내놓았다. 원대(元代)의 조맹부(趙孟?, 1254~1322)의 송설체가 그렇고 명대 동기창(董其昌, 1555~1636)의 동체(董體)도 그러하다.(계속)
출처 : 상촌김자수기념사업회& 추사김정희기념사업회
글쓴이 : null 원글보기
메모 :